현대 숭고 개념의 헤겔적 기원 연구

Untersuchung zum Hegelschen Ursprung des gegenwärtigen Begriffs des Erhabenen
  • 권정임

초록

오늘날 포스트모던 담론들은 J.-F. 리오타르(Lyotard)를 대표로 하여 사회, 문화, 예술의 본질을 ‘표현될 수 없는 것’의 표현 내지는 제시에서 찾으며, 이러한 사태의 성격을 ‘숭고’로 규정한다. 이러함에 있어 ‘숭고’는 칸트의 개념을 인용한 것으로, 칸트가 크기(‘수학적 숭고’) 혹은 양적 거대함(‘역학적 숭고’)으로 인해 일차적으로 우리의 인식능력인 구상력으로 ‘파악될 수 없는 대상’에서 숭고감이 유발된다고 서술한 바를 기초로 하는 것이다. 특히 이 규정에서 한편으로는 대상의 ‘파악(표현)할 수 없음’이라는 특성과 다른 한편으로는 주체의 인식능력의 무기력함의 계기가 포스트모던의 숭고 담론에서 확장되었다. 이에 따라 그간 리오타르가 인용한 칸트 숭고 개념 및 이에 영향을 미친 버크의 숭고 개념의 해석과 수용에 관해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었으며, 특히 칸트의 숭고 개념이 포스트모던의 숭고 담론의 주된 근간으로 이해되어왔다. 하지만 리오타르를 중심으로 한 포스트모던 담론에서 의미되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의 표현(Darstellung des Undarstellbaren)’이나, 더욱 엄밀하게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의 표현불가능함의 제시’라는 숭고 개념의 보다 적절한 근원은 G.W.F. 헤겔의 ‘숭고’ 규정에서 찾을 수 있다. 왜냐하면 칸트의 숭고 개념의 주된 측면이 인식능력의 한계를 순간적으로 넘어서는 거대한 대상이 마침내 우리 내부의 이성이념을 환기시켜 유발하는 ‘감정’을 가리킨다면, 헤겔이 규정하는 숭고는 리오타르와 포스트모던 담론에서 강조되는 내용과 형식, 즉 기의와 기표의 ‘불일치’와 이러한 불일치의 근거가 되는 대상의 ‘무규정성(Unbestimmtheit)’의 특성을 핵심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본 연구는 오늘날 리오타르를 중심으로 한 논의들에서 현대 문화와 예술의 주요 미적 범주로 부각되고 있는 포스트모던 ‘숭고’ 개념의 ‘표현할 수 없는 것의 표현’ 내지 ‘표현될 수 없는 것의 표현불가능함의 제시’라는 규정의 의미론적 근원을 헤겔 미학에서 찾고, 이에 대한 타당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헤겔의 베를린 미학강의 필기록들을 살펴보면, 그는 초기 사유와 달리 상징을 더 이상 내용과 형식의 동일성이 아닌, 양자의 ‘불일치’로 규정하며, 이를 토대로 하는 상징적 예술형식의 특성을 ‘숭고’로 규정한다. 이러한 헤겔의 숭고 개념은 ‘상징적 예술형식’에 구성되어 있는 ‘의식적 상징론(bewußte Symbolik)’, 즉 알레고리, 은유 등의 언어적 수사법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유적 상징론(vergleichende Symbolik)’도 포괄한다. 이러한 사실을 기초로 하여 본 연구는 헤겔의 숭고 규정이 고대 오리엔트 예술이나 유대교적 직관과 시문학에 한하지 않고 근현대 예술의 특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것과, 헤겔의 숭고 개념이 현대 문화와 예술에 관한 기호론적 논의들을 포괄하는 개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듯 본 연구는 포스트모던 숭고 개념의 근원을 헤겔의 숭고 개념에서 찾는 단순한 추적에 머물지 않고 이 개념과 연관되는 ‘상징’, ‘알레고리’ 개념에 대한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탐구하며, 이러한 개념들이 P. 드 만(de Man)과 S. 지젝(Žižek)의 헤겔 숭고 규정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들과 더불어 오늘날 문화와 예술에 관한 사유에 중요한 추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헤겔 미학의 현재적 의미를 재조명한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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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현대 숭고 개념의 헤겔적 기원 연구
제목 (타언어)
Untersuchung zum Hegelschen Ursprung des gegenwärtigen Begriffs des Erhabenen
저자
권정임
발행일
2012-06
유형
Y
저널명
미학예술학연구
35
페이지
193 ~ 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