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교 시의 장소성과 서정적 리얼리즘

The Placeness and Lyrical Realism of Jeongseok-gyo
  • 류상범

초록

이 글은 그간 학술적 연구 대상이 되지 못했던 정석교 시세계를 학술적으로 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역과 지역 단체의 융합 속에서 로컬 히스토리를 경유한 그의 시적 성과는 오늘날 지역문학 연구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 논증하기 위해 장소성을 중심으로 정석교 시세계를 분석하였다. 정석교 시는 근대화의 논리에 의해 소멸과 퇴보로 인식되는 공간에서 인간 존재를 발견한다. 기차역(간이역)과 탄광은 일제강점기 자원 수탈을 위해 건설되고, 해방 이후 산업화 시기에는 국가경제발전을 담당하였다. 지역의 기차역(간이역)에서 볼 수 있는 단절된 모빌리티 양상은 2000년대 이후 빠르게 쇠퇴하는 지역의 현실을 은유함과 동시에 발전론적이고 목적지향적인 근대화 논리의 모순을 드러낸다. 정석교 시의 ‘강’, ‘바다’의 이미지는 속도와 질주로 표상되는 근대성을 ‘쉼’, ‘곡선’의 이미지로 전유한다. 이미지 전유를 통해 미학적 차원의 모빌리티를 형성하여 단절되었던 존재들의 관계를 잇고 근대화의 논리를 지연한다. 탄광은 국가경제발전이란 국가적 담론에 의해 성스러운 공간이 된다. 하지만 그것은 탄광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는 기제였다. 때문에 정석교는 탄광촌 주민들의 비극적인 삶을 시적으로 형상화하며 국가적 담론의 기만성을 폭로한다. 이러한 탄광 경험은 신체에 각인되고 변화하는 시대를 감각하는 장소가 된다. 오늘날 표면적으로 국가적 거시 담론의 억압은 약해졌지만 오히려 개인의 신체는 자본주의적 욕망에 의해 더욱 파편화된다. 이러한 시대적 모순을 정석교는 ‘청년 비정규직’ 문제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문제적 현실에 기반 하면서도 신자유주의적 영토의 경계를 횡단하는 자연 대상 속에서 정석교는 미시적 혁명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정석교 시세계의 출발점에는 지역에 대한 애정이 위치한다. 동시에 지역이란 지정학적 단위를 초과한다. 지역과 노동이라는 인간의 삶과 존재 기반을 주제로 보여주는 정석교의 시세계는 궁극적으로 우리 삶의 문제와 연동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석교 시는 지역문학사뿐 아니라 민중문학사나 한국문학사의 층위에서도 논구될 필요가 있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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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석교 시의 장소성과 서정적 리얼리즘
제목 (타언어)
The Placeness and Lyrical Realism of Jeongseok-gyo
저자
류상범
DOI
10.17297/rsll.2024.121..009
발행일
2024-09
유형
Y
저널명
어문연구
121
페이지
251 ~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