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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서적 통제, 그 아슬한 의식의 충돌과 타협
초록
서적 통제는 정치적, 사상적 통제의 대상일 뿐 아니라 자기 검열을 가한 책, 또는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책까지 포함하는, 서적 검열의 시대적 산물이다. 정전과 권위 의식과 대응되는 불온 의식과 평범한 사유들이 시대의 현실적 삶과 대결한 흔적이자 아슬한 의식의 충돌과 타협의 현장이다. 여기서는 서적 통제의 구체적인 양상을 세 가지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했다. 첫째, 조선 후기에 정치적으로 독서를 금한 책, 곧 정치적으로 문제가 됐던, 역사에 드러난 책에 관한 것이다. 이는 국가나 특정인(기득권자)이 여러 이유에서 출판이나 판매 또는 독서를 막고자 한 책의 역사라는 점에서 겉으로 드러나기 쉽다. 그렇기에 책 자체는 사라지거나 감춰지지 쉬웠다. 둘째, 정서상 불특정 다수가 불온시하거나 부정적으로 여겼던 책에 관한 것이다. 이는 이데올로기와 관련이 깊다. 자기 검열도 여기에 해당한다. 老莊․불교 서적뿐만 아니라 18세기~19세기에 사대부 여성과 중하층 독자들이 향유한 한글 貰冊 소설과 한글본 천주교 교리서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경제적, 오락적 독서물에 대한 검열과 통제는 기득권 세력과 비기득권 세력 간 미묘한 갈등 또는 길항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유교 지배 이념에 포섭되지 않으려 한 사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셋째, 의도하지 않았지만, 독서 주체와 시대에 따라 동일 책이 二律背反的 독서 평가의 산물이 된 경우에 관한 것이다. 이를 통해 서적 통제가 지닌 시대적, 사회적 이중성 문제를 포착해낼 수 있다. 서적 통제의 속성을 정치․사회경제․문화적 측면에서 재구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조선 전기부터 19세기에 일어난 민란과 동학혁명의 도화선이 된 『정감록』이나 『동경대전』 등에 이르기까지 예언서나 고대사 관련 서적, 그리고 천주교 등의 이단 서적 등은 조선 왕조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논리 하에 정치적으로 통제되었다. 그 결과 조선 전기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불온서적을 촉매로 한 어떤 사회적 변혁 내지 정권 교체도 나타나지 못했다. 서점 설치를 불허하고 책의 출판과 보급, 활자 제작까지 관리했던 조선 왕조에 대항한 민간 내 책의 발행과 유통이 그만큼 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조선 왕조의 서적 통제는 한편으로 성공적이었다고 할 것이다. 불온하거나 금기시하던 서적 독서가 사회 변동의 무동력으로 존재해 온 것이 조선의 역사다. 다만 경제적, 문화적 측면에서 볼 때, 상업과 화폐 경제 사회로 변모해 가면서 비경서(소설)류 책의 독서를 중심으로 새로운 출구 모색을 꾀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새롭게 하층민과 여성들이 당시 금기시하던 국문소설 책과 천주교 서적을 향유하게 되면서 문자 해득률이 높아지고 현실적 욕구 표출이 나타났다. 이것이야말로 서적 통제 문화의 균열과 함께 그 틈새를 비집고 나타난 의미 있는 사건이라 평가할 만하다.
키워드
- 제목
- 조선후기 서적 통제, 그 아슬한 의식의 충돌과 타협
- 제목 (타언어)
- Forbidden Books of the Late Choseon Dynasty:Conflicts and Compromises
- 저자
- 이민희
- 발행일
- 2017-12
- 유형
- Y
- 저널명
- 한국한문학연구
- 호
- 68
- 페이지
- 115 ~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