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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성서에서는 하늘에서 쏟아진 유황과 불로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하지만 소도미 sodomy 또는 퇴폐는 현대 문학작품에서 부활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작『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제4편「소돔과 고모라」와 이반 골의 소설『소돔 베를린』이 그런 경우이다. 이반 골의 소설에서는 베를린이 소돔과 고모라로 재현되어 쾌락 토포스의 중심 무대로 자리매김한다. 정형화된 독일적인 환경에서 태어난 주인공 오데마는 본에서 술꾼, 바그너 숭배자, 아르미니아 학생서클 최고의 검객, 반유대주의자로 성장한다. 한때 골동품 같은 독일 정신세계에 빠지기도 하지만 곧 독일혁명과 스파르타쿠스단, 정신분석, 도착 풍조에 휩쓸린다. 소설에서 그는 인물 유형이라기보다는 빌헬름 2세 시대 말기부터 표현주의 말기까지의 급변하는 시류를 보여주는 매체에 더 가깝다. 다른 관점에서 그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순박한 대학생, 중세의 신비주의자, 확신에 찬 군인, 열렬한 혁명가, 인플레이션 시기의 투기꾼, 푸른 꽃을 쫓는 낭만주의자, 도박장 사기꾼, 정열적인 애인으로. 그는 바람둥이 카사노바와 이상주의적이며 신비주의적인 혁명가 사보나롤라가 한데 어우러진 카사보나롤라로 정의된다. 무자아 상태에서 미래 세대의 정체성을 찾으며 매달린 세대의 허상인 것이다. “두 의자에 앉은” 골은 소설 창작으로 문학적 반전을 시도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울림의 상실’과 무반향 속에 차츰차츰 잊혀갔다. 골의 소설이 그로테스크한 현실을 서술함으로써 역사적 현실의 진수를 고갈시킨다는 평가 역시 골이 프랑스와 독일 문학의 경향을 자신의 작품 활동으로 아우르려 했음을 고려하지 않고 그의 글쓰기가 따분한 교양과 엄습하는 야만 사이의 긴장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골은 실패한 독일혁명, 온갖 변종들의 파벌 성향, 반동적 관행, 단체주의, 정신분석, 지식인 단체, 기회주의, 문학계의 부정과도 작별한다. 또 『소돔 베를린』으로 표현주의와도 결별한다. 이 소설은 표현주의에 대한 부정이다. 골은 곳곳에 극단적인 요소들을 버무려 이들이 서로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도록 묘사한다. 그 결과 곳곳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깊게 배인 도착된 독일의 모습이 조합된다. 모순된 시대에 대한 몸부림의 장소는 역사적 장소인 베를린이 아니라 소돔-베를린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당연히 소설 마지막에는 주관과 감정 표현이 절제된 사실적 묘사가 나타난다. 『소돔 베를린』은 이반 골 나름의 『겨울동화』이자 독일의 알레고리이다.
키워드
- 제목
- 이반 골의 글쓰기와 소설 『소돔 베를린』에 비친 독일
- 제목 (타언어)
- Das Deutschlandbild in Yvan Golls Roman Sodom Berlin
- 저자
- 오용록
- 발행일
- 2012-03
- 유형
- Y
- 저널명
- 인문과학연구
- 호
- 32
- 페이지
- 145 ~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