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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시간과 시의 비/존재론
초록
본 연구는 김수영 문학에 나타나는 시간성이 시인 실존의 형식임을 분석하고, 이러한 실존의 형식이 그의 후기시에 나타나는 사랑의 윤리와 어떤 관련성을 갖는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김수영 문학 연구에서 4. 19 혁명이 그의 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상에 비해 한국전쟁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 그것은 전쟁에 대한 시인의 언급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본 연구는 김수영에게 4·19 혁명과 한국전쟁은 반복적인 경험이었음을 논증함으로써 이 두 사건을 통해 김수영 시인의 실존의 형식에 대해 논의해보았다. 김수영에게 전쟁의 경험이란 과거의 경험이지만 4. 19 혁명을 통해서야 비로소 사후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과거-미래의 현재적 경험이며, 그동안 존재해왔지만 은폐되어 있었던 현재화되지 못했던 과거-현재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실존의 형식으로서의 김수영의 시간은 ‘아직은 존재하지 않는 비-존재의 시간’으로서의 미래의 시간이 바로 자신이 살았던 바로 그 과거의 시간이며, 그 은폐되어 있던 과거의 시간이 현재화 될 때, 이 비-존재의 시간은 비로소 존재의 근원으로 현재에 나타나게 되는 그런 시간이다. 그러므로 4·19 이후 ‘자유’, ‘죽음’, ‘사랑’ 등과 같은 언어로 표현되는 김수영의 시적 사유는 전쟁의 상처나 혁명의 실패를 극복하고 ‘회복’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되려 이 모든 과거의 시간을 자신의 현존 속에 ‘기재’하는 시간으로 끌어당기는 김수영의 비-존재론적 시적 사유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김수영이 하이데거에 심취했던 이유도 이러한 사유의 겹침이 있기 때문이다. 김수영의 시는 어떤 진정한 것의 상실의 경험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삶이 ‘회복’될 만한 것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 우리의 존재는 상실할 만한 어떤 것도 애초부터 없었으며, 인간과 짐승을 구별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도 이 세계는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승인에서 출발한 시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런 사막과 같이 아무 것도, 아무 의미도 없는 존재의 심연에 대한 실존적 경험이 그의 시의 출발이자 원천이었기 때문에 김수영은 기적과도 같은 사랑의 윤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키워드
- 제목
- 김수영의 시간과 시의 비/존재론
- 제목 (타언어)
- (Non-)Ontology of the Poem and Time of Kim Soo-Young
- 저자
- 김예리
- 발행일
- 2020-08
- 유형
- Y
- 저널명
- 한국시학연구
- 호
- 63
- 페이지
- 115 ~ 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