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dernity and Historicity in the Poetics of Kim Kirim

김기림 시론에서의 모더니티와 역사성의 문제

초록

이 글은 김기림 시학에서 ‘시의 회화성’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이미지의 강조가 정태적인 이미지가 아닌 시대의 현실을 포착하고 이를 통해 문명 비판의 계기를 마련하는 단초였다는 점을 밝히고자 했다. 개별적인 정서로서의 리듬이 아니라 상징적 주체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대상-세계의 이미지로의 전환은 상상적인 시에서 구상적인 시로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김기림은 보편적 언어로 구성되는 시만이 비판되고 감상될 수 있다고 여겼으며, 이러한 예술의 보편성 속에서 비로소 현실 비판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따라서 김기림이 현대시의 특질로 들고 있는 ‘시의 회화성’으로 구현되는 이미지가 문자 그대로 단순히 그림 같은 아름다운 이미지로 간주하거나, 활자의 배열이나 글자의 크기와 같은 인쇄 미학적인 시각으로만 ‘시의 회화성’의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되며, 시인-주체의 현실의 인식문제와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김기림에게 이미지란 시간성이 내포된 동력적이고 움직이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미래파적 감수성으로 설명되곤 했던 이러한 이미지는 오히려 에즈라 파운드 등의 ‘소용돌이파’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에즈라 파운드는 미래파처럼 직선으로 뻗어나가는 시간 이미지 대신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이미지를 중첩함으로써 동적인 에너지가 풍부한 이미지를 생산하고자 했다. 김기림 역시 이미지의 역동성을 시어의 배열이나 결합이라는 언어구조 속에서 포착하려고 한다. 이러한 병치의 기법은 수사학에서 알레고리 기법과 유사하다. 이러한 병치로서의 알레고리 이미지는 ‘시공간의 동존성’이라는 말로 설명되는 초현실주의 기법이 생산하는 이미지와도 연관성을 갖는다. 시공간의 동존성이나 비약과 같은 방식으로 현실 시간의 문법적 질서를 비웃는 초현실주의적 방법론은 현실이지만 근대적 이성의 문법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현실의 무의식을 이미지화할 수 있다고 김기림은 생각했다. 이렇게 평범한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세계를 이미지로 드러내는 것이 새로운 가치 창조자로서의 시인의 임무로 여겼다. 즉, 의식과 무의식, 주관과 객관, 과거와 현재와 미래, 현실과 꿈의 모든 경계를 와해하는 초현실주의적 이미지는 김기림에게 세계의 고정된 질서를 파괴하고 억압된 의식의 빈곤한 상상력을 자극시켜 세계의 역사적 흐름의 방향을 뒤흔들어 놓는 혁명적인 이미지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혁명성을 상실할 때, 초현실주의는 센티멘탈리즘과 구분되지 않는다. 즉, 김기림의 센티멘탈리즘의 비판은 단순히 애상적인 정조에 있지 않았다. 그의 센티멘탈리즘 비판의 핵심은 현재를 보지 못하는 과거 회귀적인 태도에 있었다. 현재 시간의 상실감을 퇴행적 시간으로 채우려는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노스탤지어야말로 김기림이 비판하는 핵심이었다. 현재의 상실의 체험을 서늘하게 인지하고 있는 멜랑콜리적 태도와는 구별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김기림에게 미래라는 시간은 언제나 현재를 ‘통해서만’ 인식될 수 있는 것이며, 현재를 무시한 미래 진보적 태도는 아니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김기림에게 미래로 진보한다는 것은 현재의 시대를 예각적인 각도를 통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태도에 의한 정확한 판단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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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Modernity and Historicity in the Poetics of Kim Kirim
제목 (타언어)
김기림 시론에서의 모더니티와 역사성의 문제
저자
김예리
DOI
10.22871/mklite.2010..31.007
발행일
2010-08
유형
Y
저널명
한국현대문학연구
31
페이지
203 ~ 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