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수립 후 고등학교 국어 교재에 나타난 국가주의와 민족문화 창조론 - 1951년 학제 개편 후의 『고등국어』(1953) 독본을 중심으로

Some Observations on Nationalism and 'National culture- creation' Discourses in Highschool Korean (1953) Textbooks
  • 서준섭

초록

1951년의 한국 정부의 학제 개편으로 당시까지의 '6년제 중학교' 교육은, '중학교 3년제', '고등학교 3년제' 교육으로 전환된다. 1952년부터 시행된 이 학제 개편에 따라 정부는 지금까지 사용된 『중등국어』(1948-50, 1-6학년용)를 대신할 새로운 국어과 교재를 편찬하였는데,『중학국어』(1952, 1-3학년용)와 『고등국어』(1952, 1-3학년용) 교재가 바로 그것이다. 국어 교육사에서 '제1차 교육과정'기 이전의 이 시기를 보통 '건국기'(준비기, '교수요목'기)로 총칭하고 있으나, 이 건국기 국어 교육은 다시 학제 개편 전과 개편 후로 세분해 논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논문은 특히 학제 개편 후에 정부 주도로 편찬한 『고등국어』(전3권, 1953년판. 1952년에 당초 4·6판 전6권으로 발행했던 것을 보완 합본한 교재)를 대상으로 하여 이를 당시 사회 문화적 맥락에서 검토하고, 그 국어 교육사적, 국어 교재사적인 의미를 재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고등국어』(1953)는 전형적인 독본 형식의 국어 교재로서 몇 가지 중요한 특성을 보여준다, 우선 그 필자면에서 볼 때 이 교재는 당시의 조선어학회, 진단학회 소속의 저명 언어학자, 역사학자들과, 전미군정 장관 , 당시 문교부 편수관, 국무총리 등 정부의 요인, 정부 고위층이 그 중심 필자로 참여하고 있는 교재이다. 다음으로 이 교재는 논설문과 설명문을 주축으로 구성되고 있다. 그 밖에 본격적인 수준의 고전문학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이 독본 교재의 전반적인 특성은 언어학자, 역사학자, 정부 고위층 등이 집필한 여러 가지 담론과 그 내용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그 담론의 주요 주제는 국가주의 이념과 민족문화 창조론이다. 국민 국가 형성기에 발간된 잡다한 중등학교 국어 교재 중에서 이 교재만큼 국가주의 이념이 강하게 드러나 있는 국어 교재를 달리 찾아보기 어렵다. 그 점에서 이 국어 교재는 그 내용면에서 이전의 '중등국어'(6년제 중학교용)는 물론이고, 이후의 '제1차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국어'(1957)와도 뚜렷이 구분되는 독특한 국어 교재라 할 수 있다. 이 『고등국어』는 베네딕트 앤서슨이 말한, 언어 교육을 통한 '상상의 공동체' 즉 네이션(내셔날리즘) 의 강화를 목적으로 편찬된 것이다. '국어-문화-국민-국가' 회로의 강화는 이 교재 편찬의 핵심적 원리이다. 이 독본에 수록된 글들의 중요 내용은 1) 국민국가의 '언어-문화' 담론과 일본어 잔재의 극복, 2) 민중적, 민족적 '공동 기억의 복원'과 국가 문화의 재구성, 3) 계층, 사상의 통합으로서의 민족 국가상과 민주주의 국가의 이상 등으로 되어 있다. 교재에 강하게 나타나는 민족 문화 창조론은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파괴,훼손된 민족 문화를 되살리고 새로운 국가의 문화를 창조하자는 것으로서, 크게 보면 모두 국가주의 이념에 포함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국어 교재는 비록 그 편찬 시기는 늦었지만, 근대 국민국가 형성기의 국어 교육의 정치적, 교육적, 문화적 성격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출범한지 몇 년이 지난 이 시기에 이르러 비로소 국가주의 이념을 강하게 반영한 국어과 교재가 발간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된다. 학제 개편에 따라 신설된 고등학교 국어과 교육의 방향을 국어 교육을 통한 국가주의 이념의 강화에 두면서, 6.25전쟁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국민정신의 해이를 국민 교육을 통해 극복하고, 국민의 통합, 국민국가 기반의 강화를 위하여 이 국어 교재를 새로 편찬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고등국어' 교재는 정부 수립에서 6.25전쟁에 이르는 당시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정치적,사회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할 때 그 국어 교재적 성격이 제대로 파악될 수 있다. 이 교재는 국민국가 형성기에 정부 주도의 국가주의 이념을 고등학교 국어 교육을 통해 강하게 주입하기 위해 편찬된 독본형 국어 교재이다. 학생들의 학습 활동을 위한 '익힘 문제' 같은 것은 처음부터 배제된, 읽기 중심의 국어 교재이다. 정부의 정치적 이념 교육, 국민 교육을 위한 독본형 국어 교재는 정부 측의 여러 가지 불가피한 이유에서 편찬된 것이라 하겠으나, 국어과 교재론의 관점에서 보면 많은 문제점을 지닌 교재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일상생활 속에서의 학생들의 언어 사용 능력 신장'이라는 국어 교육의 중요한 본질을 도외시한 국어 교재이기 때문이다. 이 '고등국어'는 국어 교육을 통한 학생들의 언어 사용능력 신장의 기회를 박탈한 정부의 일방중의적인 주입식 교재의 한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 교재는 여러모로 미숙한 국어 교재라 평가할 수 있다. 학제 개편 직후에 발행된 이 '고등국어'는, 이후 생활 속의 국어 교육을 표방한 새 '고등국어' 교재'('제1차 교육과정'에 의한 국어 교재)에 의해 대체되었다. 그 사용 기간이 4년이었던 이 고등학교 용 국어 교재는, 건국기에 사용되었던 수많은 중등학교 국어 교재들과 마찬가지로, 국민국가 형성 초기- 국어 교육사의 과도기 시대의 산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키워드

nation-stateteaching material for Korean'imagined community'Highschool Korean(1953)nationalismnational culture-creation국민 국가국어과 교재‘상상의 공동체’『고등국어』(1953)국가주의민족문화 창조nation-stateteaching material for Korean'imagined community'Highschool Korean(1953)nationalismnational culture-creation
제목
한국 정부 수립 후 고등학교 국어 교재에 나타난 국가주의와 민족문화 창조론 - 1951년 학제 개편 후의 『고등국어』(1953) 독본을 중심으로
제목 (타언어)
Some Observations on Nationalism and 'National culture- creation' Discourses in Highschool Korean (1953) Textbooks
저자
서준섭
발행일
2009-02
유형
Y
저널명
국어교육
128
페이지
203 ~ 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