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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시에 나타난 경계의 지정학
초록
장소는 하나의 구획된 공간을 지시한다. 그것은 곧 제도적 공간이기도 하다. 인간이라는 유적 존재의 배경이기도 할 장소는 이데올로기적 착종 욕망 속에서 하나의 폭력적 도구로 재편되곤 한다. 근대 제국주의가 민주주의와 문명이라는 명목 아래 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 식민지를 구축했던 역사는 그 같은 역학을 반증한다. 이에 대한 신념과 확신이 있었기에 신동엽 시 세계는 궁극적으로 중립의 사상을 지향한다. 봉건 시대로부터 이어져 온 외세 의존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 제국주의적 식민 정책으로부터의 해방 의지 등은 신동엽의 문학적 세계관을 특화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엽은 전주사범학교에 재학하던 시절부터 습작시를 썼다. 이때는 신동엽의 문학적 세계관이 정립되고 시 형식의 틀이 다져진 시기로 보인다. 여러 습작품이 남아 있고, 내용과 형식에서 본격 시 세계와의 연관성이 확인된다. 이들 작품 중 일부는 혁명의 가치와 대자연의 섭리 등을 강렬한 이미지로 형상화하였다. 이는 신동엽 시에서 서정이 발아되는 역학이자, 그의 세계관과 문학적 입장을 전조하는 중요한 단서이다. 습작기 양상 속 신동엽의 존재론과 제도관에 반영된 무화된 경계는 동일자 가치로 수렴되는 근대주의의 사유 범주를 넘어서고 있다. 신동엽 시는 장르를 변주하면서 다양한 실험적 모색을 시도하였다. 장르의 전유는 기존 경계를 부정하고 재구성하려는 시적 무의식의 결과일 수 있다. 그 같은 맥락에는 스스로의 작품을 변형하며 새로운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양상이 포함된다. 이 역시 장르적 복수성(複數性)이자 경계의 지정학을 구성하는 양식적 특장이다. 경계에 대한 불신이 강조되는 신동엽 시 세계에서는 화자의 정체성에 대한 회의 역시 주요한 맥락을 형성하고 있다. 스스로 균열된 존재임을 자처하면서 서정적 자아의 동일성을 해체하는 국면이 그것이다. 개체의 고유한 경계가 무화된 존재론의 영역에는 시간과 공간 개념이 연동된다. 신동엽 시가 전제하고 있는 복수의 존재론에는 장소와 지역의 복수성이 또한 포함된다. 이는 특정 장소를 구획하지 않고 공동체적 단위로 사유하는 시적 관성을 가리킨다. 일종의 트랜스로컬 관점이기도 하다. 나아가 신동엽 시 세계가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물론 텍스트 내부에서 작품과 작품 사이를 넘나들며 스스로를 갱신해 나갔다는 점은 그만의 경계의 지정학을 구성하는 특별한 자질이다.
키워드
- 제목
- 신동엽 시에 나타난 경계의 지정학
- 제목 (타언어)
- Shin Dong-yeop’s Poetry and the Geopolitics of Borders
- 저자
- 남기택
- 발행일
- 2023-10
- 유형
- Y
- 저널명
- 영주어문
- 권
- 55
- 페이지
- 191 ~ 216